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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의 성지, 경주 불국사를 20년만에 찾다

by 66hbmt 2024. 10. 5.

경주에 대한 추억이 참 오래되었죠. 수학여행으로 처음 경주를 갔던 때가 아마 중학생 때였을 거예요. 그때는 너무도 낯설고 거대한 신라의 유적들이 그냥 "배워야 할 역사"로만 느껴졌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발걸음이 지루하게 느껴졌던 그 길들을, 성인이 되어 20년 만에 다시 밟았을 때는 완전히 다르게 다가왔어요. 역사를 단순히 외워야 할 교과서의 한 줄이 아닌, 그 시절 사람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공간으로 재발견하게 된 거죠.

이번에는 경주를 여행블로거로서 새로운 시선으로 마주했습니다. 경주는 그야말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도시였어요. 마치 고대 신라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현대적인 감각도 놓치지 않는 그 조화가 무척 인상 깊었어요.

첨성대와 국립경주박물관: 신라의 별

첨성대를 다시 마주한 순간, 그 기묘한 감정이 기억나더라고요. 어릴 때는 그저 돌을 쌓아 만든 신기한 건축물 정도로 생각했었지만, 이번에는 그 천문대 앞에서 멈춰 서서 오래전 신라 사람들이 하늘을 바라보며 어떤 꿈을 꾸었을지 상상해 보았어요. 첨성대가 신라의 과학적 지혜와 발전을 보여주는 유산임을 새삼 느끼게 되면서, 마치 고대인들의 숨결이 바로 내 옆에 있는 것처럼 묘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국립경주박물관에서는 신라 왕조의 찬란한 유물들, 특히 황금 왕관을 보는 순간, '신라의 화려함이 이런 것이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왕관을 보는 동안 경주의 과거와 현재가 겹쳐지며,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빛나는 도시의 위엄이 느껴졌어요.

불국사와 문무대왕릉: 마음의 고요함

불국사에 도착했을 때, 그저 관광지 이상의 감동을 주는 공간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어요. 불국사의 경내를 천천히 걸으며, 숨이 막히도록 아름다운 석가탑과 다보탑 앞에서 순간 시간을 멈추고 싶을 정도로 고요함에 빠져들었죠. 그 석탑들 앞에서 차분하게 숨을 고르며, 복잡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어요. 사찰 안에서 느껴지는 그 평온함은 마치 신라 시대의 불교 정신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듯했어요.

 

문무대왕릉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독특한 경험 중 하나였어요. 바다 위에 떠 있는 왕릉이라니! 문무대왕이 바다의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는 그의 다짐이 실현된 이 장소에서,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경건한 마음으로 바다를 바라봤습니다. 문무대왕릉을 보고 있으면, 이곳이 단순한 왕릉이 아니라, 그가 신라를 지키고자 했던 마지막 안식처라는 걸 절실히 느낄 수 있었어요. 특히 일출의 장관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 자체로 감동이었죠.

황리단길: 경주의 젊음과 힙을 만나다

경주에서 전통만 보고 돌아설 수 없죠. 젊은 감각으로 가득한 황리단길은 그야말로 "과거와 현대가 만나서 생긴 맛"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이번 여행에서 정말 놀란 것은 이곳이 경주 맞나 싶을 정도로 감각적인 카페와 레스토랑이 줄지어 있다는 점이었어요. 전통 한옥을 개조한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는데, 그 순간만큼은 "여기가 서울의 한 카페거리였나?" 싶을 정도로 세련된 분위기가 느껴졌어요.

황리단길의 매력은 그저 예쁜 카페나 소품샵에만 있지 않아요. 거리 곳곳에 숨겨진 예술적인 벽화들과 독특한 공방들, 그리고 그 속에서 자유롭게 흘러가는 젊은이들의 에너지를 느끼며, 경주가 단순히 역사의 도시에 머물러 있지 않고, 현대와도 멋지게 공존하고 있음을 깨달았죠. 이곳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은 보석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20년 만에 다시 찾은 경주는 제게 어린 시절의 단순한 역사 공부에서 벗어나,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풍부한 경험의 도시로 남았어요. 역사적인 유적들 속에서 과거 신라 사람들의 숨결을 느끼고, 황리단길에서 젊고 활기찬 감성을 마주하면서, 경주는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그 자체로 매력적인 도시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