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근무가 필수인 회사에 입사하면서, 첫 직장 생활을 경상북도의 영주라는 낯선 곳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처음엔 서울에서 더 가까운 곳에서 근무하게 되기를 기대했기에 약간의 실망감이 있었습니다. 수도권에서 먼 지방 도시에서 일하게 된다는 것은 다소 낯설고 걱정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곧 다른 동기들이 저보다 더 멀리 배치된 것을 보고는 실망감이 조금씩 가라앉았습니다. 그들의 상황과 비교하면서 안도감을 느꼈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시작한 첫 직장
영주는 저에게 이름조차 생소한 도시였습니다. 처음에는 그곳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없었고, 익숙한 사람도 한 명 없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늦은 나이에 시작하는 첫 직장 생활이 낯선 지역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함께 입사한 동기 두 명이 있어서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그들과 함께 첫 발을 내디딘 덕분에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아무리 낯선 환경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적응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영주의 생활에도 익숙해져 갔고, 새로운 동료들과의 관계도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하는 시골에서의 도전
영주에서의 직장 생활은 생각보다 더 도전적이었습니다. 큰 본사나 지사와는 달리, 시골에 위치한 작은 사업소에서는 직원 한 명 한 명이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야 했습니다. 규모가 작은 만큼, 각자가 맡아야 할 업무의 범위가 넓었고, 저는 자연스럽게 멀티플레이어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제가 속한 부서의 선배들은 대부분 이미 서울이나 다른 수도권 지역으로 떠난 상태여서, 제대로 가르침을 받을 사람도 없었습니다. 혼자서 업무를 익히고, 필요할 때는 본사나 다른 부서와의 연락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때로는 같은 상황에 처한 동기들과 소통하며 정보를 공유했고, 오픈채팅방을 통해 도움을 얻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자립적인 업무 환경은 큰 부담이 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혼자 힘으로 많은 것을 배워 나가면서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었고, 이를 통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을 때도 모든 업무를 자연스럽게 처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영주의 특별한 매력, 소고기와 시장
영주에서의 생활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영주의 소고기와 지역 시장이었습니다. 영주는 한우로 유명한 지역답게, 신선한 소고기를 비교적 저렴하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주변에 소를 키우는 농장이 많아서인지, 저는 평생 먹은 것보다 더 많은 소고기를 영주에서 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소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 저도 영주에서는 자연스럽게 자주 소고기를 먹게 되었고, 한우의 풍부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영주에서의 소고기 맛은 아직도 잊을 수 없으며, 그것이 이곳 생활의 큰 즐거움 중 하나였습니다.
또 다른 기억에 남는 것은 회사 근처에 위치한 시장이었습니다. 이 시장은 주로 노인들이 생활하는 곳으로, 고령화가 심각하게 진행된 지역이었기에 젊은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도시와는 다르게 시장은 소박하고 한적한 분위기를 풍겼고, 그 특유의 따뜻함 덕분에 매일 그 길을 지날 때마다 마음이 평온해졌습니다. 이러한 일상적인 풍경은 영주의 매력을 더 깊이 느끼게 해주었고, 이 작은 시장에서의 경험은 제게 오랫동안 남을 추억이 되었습니다.
다시 찾고 싶은 영주, 추억으로 남은 곳
영주에서 보낸 2년은 제 인생에서 중요한 경험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곳에서 보낸 시간은 마치 군 생활처럼 힘들었지만 그만큼 보람도 있었고, 다시 떠올리면 그리운 기억들이 많습니다. 그곳에서 겪었던 어려움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모두 추억으로 바뀌었고, 만약 나중에 가족과 함께 국내 여행을 가게 된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바로 영주일 것 같습니다. 영주의 소고기, 무섬마을에서의 평화로운 시간, 그리고 정겨운 시장은 앞으로도 영원히 저를 영주로 이끌어줄 소중한 기억들입니다.